새벽, 나는 오랫동안 피지 않았던 담배를 태워야 했다.
후배와의 전화 통화가 끝난 직후였다.
피곤해서 잠들고 말았지만, 머릿속을 가득 매운 생각들을 어떻게든 풀어놔야겠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글을 쓴다.
오래된 이야기이다. 우리들 사이에선 말이다.
이번 학기에 들어서면서, 나에게 여러가지 문제를 의논하러 연락하는 후배와 동기들이 '더' 많아졌다.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3학년이 된 나는 다소 심드렁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이미 내가 겪었던 문제들이거나 혹은 너무 많이 들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이 썩 편하지는 않다.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과정에서 나의 딜레마의 뿌리가 여전히 마음 속에 불편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오빠, 지금 전화 좀 할 수 있어요?"
후배는 자퇴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나름대로의 심각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리려 하고 있었다. 한시간에 걸친 전화통화에서 여러가지 말을 했다. 그 말들은 다른 사람들이 당시의 나에게 해줬던 말이기도 했다. 고백하자면, 나 또한 자퇴를 생각하고, 국내 대학으로의 편입을 생각한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때의 나는 극심한 혼란에 빠져있었고, 안타깝게도 주변에 조언을 해줄만한 선배도 없었다. 이렇게 말해봐야 고작 1년 사이의 일이긴 하다.
세상의 유학은 두가지로 나뉜다. 미국 유학과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의 유학.
물론,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이태리로 날아간다든지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이 글에선, 어디까지나 순수 학문을 위한 유학으로 한정짓는다.
누구나 미국을 간다. 누구나 영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누구나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지는 않는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결론은 다양한 전략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나라의 잠재력을 믿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에서의 수요를 위하여, 혹은 희소가치가 높은 인재가 되기 위하여, 단순히 그 나라가 좋아서, 특정 학문이 특히 발전한 국가이기 때문에(예를 들어 독일의 철학, 일본의 그래픽). 등등의 이유로 사람들은 여러 나라에서 유학을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까지도 미국이 권력이다. 별 수 있나. 현 시점에서 최고이긴 하다. 그러나, 그로 인해 생기는 아이러니가 무수하다.
영국 킹스 칼리지를 나온 사람이 직장 상사에게 미국 대학이 아니어서 무시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결국, 그 대학을 나온 유학생의 실력에도 문제가 있긴 하겠지만, 스펙을 재는 잣대가 미국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 대학 출신의 뛰어난 인재들까지 도매금 취급을 당하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x같은 유학생들이 너무 많으니 유학생들을 굳이 감싸주고 싶진 않고, 열심히 하는 분들까지 저런 취급을 당하는게 너무 안타까울 뿐이다.
이 문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고 있으니, 일단 패스.
내가 다니는 대학은 미국에 있지 않다. 명문대로 분류된다. 공학부같은 경우는 세계 10위권 정도이다. 내가 학교 순위 같은 것에 집착하는 머저리는 아니고,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그래야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내가 다니는 학부는 마이너 학부이다. 학교의 명성에 기댄 소규모 학부라고 해야할까.
그러나 그렇든 어쨌든 우리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학과 내의 공부량은 미치도록 힘들다 못해 짜증난다. 난이도의 문제가 아니라 순수하게 물리적인 '양'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긴박하게 12시 전까지 써내야하는 쪽지나, 매일 수업마다 진행하는 퀴즈, 도서관에 발걸음을 옮기지만, 새벽부터 빈자리 하나 없이 가득 매운 사람들을 보며 늘상 가슴을 졸여야 한다. 1등이 98점을 맞는가 하면 꼴등이 30점을 맞기도 하는 등, 학생간의 격차도 큰 편이다.(모두 똑똑하다. 그러나, 모두 천재는 아니다.) 특히 1학년과 2학년들은 학기 내내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의 심정으로 학교를 다닌다면 맞겠다.
그러나 공부량이든 혹은 빈약하기 짝이 없는 학교 생활이든, (제대로 굴러가는 동아리는 몇개 없고, 그나마도 시사적인 지극히 '재미없는' 동아리, 그리고 머리에 든 것없이 요란한 몇몇 유학생들로 인해 x막장으로 돌아가는 학생회, 전혀 쉴 틈을 주지 않는 빡빡한 학사 일정, 끊임없이 머리를 굴려 계산해야 하는 학점 배분 등등.)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를 각오하고 들어왔다.
사실,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공부를 많이 시키는 학교인 것은 알고 들어왔다. 다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을 뿐이다.(...공학부 사람들은 이 말을 보면 웃을 수도 있겠다. 그들은 말 그대로 죽어간다..혹은, 이미 죽어있다..??)
위에 언급한 후배는, 바로 그런 점에서 힘들어 하는 것이다. 연애도 하고 있고, 겉으로 보기에 딱히 별 문제도 없어보이지만, 빡빡한 학교와 숨쉴 수 없는 듯한 위압적인 분위기, 잠시라도 숨을 돌리면 금방 낙오하는 교실, 외국인으로써 유학 생활 도중의 외로움, 공부를 하면서 계속 느껴지는 한계, 그리고 그 외로움을 기댈만한 학교를 찾으려, 그런데 학교는 또.. 빌어먹을. 이런 악순환인 것이다.
간단히 말해, 학교가기 싫은거다, 미치도록.
후배에게 난 이러한 고리타분한 조언을 해줬다.
" 성적에 너무 연연하지 마라." "니가 정말 죽도록 원한다면, 학교를 때려치우고 접시를 닦는다고 해도 해야지. 그런데 정말 미치도록 하고 싶은게 아니라, 그냥 어느 정도 좋아한다는 수준이라면 그건 아니다." "너에게 최고 수준의 능력이 있지 않고서는 몸으로 부딪혀서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수치 얘기를 하자는게 아니라, 어리석은 모험을 하지 말라는 거다."
"중요한건 학교지, 학부가 아니다." "영어와 ○○어가 정말 중요한거지, 사실 학교 내의 성적은 그렇게 스트레스 받아가며 연연할게 아니다. 니가 좋아하는 것들에 신경을 쏟고, 학교 공부에는 그렇게까지 목 맬 필요가 없다. 그냥 졸업할 수 있는 성적만 유지해."
등등..
(그런데, 이 조언들은 사실 내가 내 자신에게 늘 하고 싶은 말이다.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
후배는 나에게 말했다. 오빠는 성적도 좋고 하니 걱정을 안하겠지만, 자기는 아직도 한참 모자란 것 같고.. 무엇보다 학과 공부가 너무 재미없다고.
나는 말했다. ○○야.. 나 요즘 성적 신경 안 쓴다. 아니, 성적 신경 써본적이 없다. 요 며칠 성적은 기껏해야 70점 정도 수준이고, 가끔은 95점도 나오지만, 요행이고, 무엇보다 나의 기분은 늘 shit이다. 사람이 즐겁게 살아야지 나처럼 살면 되겠니? 물론 그래서 이번 학기는 일부러 과목도 적게 듣고, 숙제도 대충대충 내고 있긴 하다만.
성적은 그냥 내가 만족하면 되는 거지, 남한테 평가받고 싶어서 하는게 아니다. 지금이 수능 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적 좋게 나오면 마냥 기분좋을 낙관적인 상황도 아니고. 성적은 일단은 그냥 숫자다. 대학에서 중요한건 다양한 경험이지(물론 이 빌어먹을 학교에서는 공부 말고는 하기 힘들지만). 성적에 둔감해져라, 그냥.
삶의 질과 스펙의 문제
한국 대학생들이 직면한 여러가지 문제에서 유학생들은 다소 멀리 떨어져있지만,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학력과 다양한 스펙이라는 것은 어찌됐든 20대가 안고가야할 숙제인 것이다. 물론 이 전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아나키스트는 못된다.
지금의 내가 한국에 돌아갔을 때 같은 또래의 혹은 몇살 위의 사람들을 만날 때 느끼는 것은, 그들이 말 그대로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이다. 결코, 비하하는 말이 아니다. 그저, 객관적으로 환경상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능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끝에는 취업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 다른 경험을 쌓을만한 여지가 없는 것이다.
반면, 유학생은 많은 경험을 한다. 좋든 싫든 어쩔 수 없다. 만나는 사람 모두가 외국인이고, 모든 음식은 입에 맞지 않는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외국에 있다보니 한국에 대한 객관적인 반응을 몸으로 느낀다. 자기 자신의 능력이 없다면 결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남들보다 조금 일찍 깨닫게 된다. 등등.
유학을 하면서 힘들었던 것에 대한 것을 모두 토로할 수는 없다. 아마 지난 학기 얘기만으로도 책 한권은 너끈히 나올법하다.
그러나, 지금 나는 어찌됐든 아직 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리고 나름대로 최대한 비관적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래, 결국, 삶의 질이란건, 결국 풍부한 경험으로 인해 시야를 넓히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 그리고 그를 통해 좀 더 심도깊은 공부를 하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당당하게 즐기는 것.
그래서 나는 (아직 결정은 나지 않았지만), 학력을 위해서도, 스펙을 위해서도 아닌, 또 다른 외국 생활과 학생신분으로써의 인생을 좀 더 살아보기 위해 석사를 할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해준 말이었다. 낙관적으로 보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다는 것. 힘든 것은 알겠지만 조금 더 노력을 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 학교가 지금 아무리 x같아도, 적어도 졸업 후의 너에게 최악의 조건을 주진 않을거라는 것.
//그리고.. 솔직히 내가 너보다 더 힘들다는 것.-_-
.
.
후배는 학교를 계속 다니겠다고 했다. 고맙다고 했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복잡했다. 물론,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다 해줬고, 객관적으로 학교를 그만두는 것은 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반대하는 입장에서 얘기를 하긴 했으나, 자꾸만 1년 전의 내 모습이 겹쳐보였다.
그 때의 내가 이런 얘기를 들었다면 어땠을까?
아니, 지금의 내가 하는 얘기가 과연 옳은걸까?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상황판단을 옳게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비관적인 걸까, 현실적인 걸까, 혹은 망상일까?
꼬리를 무는 질문은 여기까지. 일단은 숨 좀 돌려야 겠다.
후배와의 전화 통화가 끝난 직후였다.
피곤해서 잠들고 말았지만, 머릿속을 가득 매운 생각들을 어떻게든 풀어놔야겠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글을 쓴다.
오래된 이야기이다. 우리들 사이에선 말이다.
이번 학기에 들어서면서, 나에게 여러가지 문제를 의논하러 연락하는 후배와 동기들이 '더' 많아졌다.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3학년이 된 나는 다소 심드렁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이미 내가 겪었던 문제들이거나 혹은 너무 많이 들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이 썩 편하지는 않다.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과정에서 나의 딜레마의 뿌리가 여전히 마음 속에 불편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오빠, 지금 전화 좀 할 수 있어요?"
후배는 자퇴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나름대로의 심각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리려 하고 있었다. 한시간에 걸친 전화통화에서 여러가지 말을 했다. 그 말들은 다른 사람들이 당시의 나에게 해줬던 말이기도 했다. 고백하자면, 나 또한 자퇴를 생각하고, 국내 대학으로의 편입을 생각한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때의 나는 극심한 혼란에 빠져있었고, 안타깝게도 주변에 조언을 해줄만한 선배도 없었다. 이렇게 말해봐야 고작 1년 사이의 일이긴 하다.
세상의 유학은 두가지로 나뉜다. 미국 유학과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의 유학.
물론,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이태리로 날아간다든지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이 글에선, 어디까지나 순수 학문을 위한 유학으로 한정짓는다.
누구나 미국을 간다. 누구나 영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누구나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지는 않는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결론은 다양한 전략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나라의 잠재력을 믿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에서의 수요를 위하여, 혹은 희소가치가 높은 인재가 되기 위하여, 단순히 그 나라가 좋아서, 특정 학문이 특히 발전한 국가이기 때문에(예를 들어 독일의 철학, 일본의 그래픽). 등등의 이유로 사람들은 여러 나라에서 유학을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까지도 미국이 권력이다. 별 수 있나. 현 시점에서 최고이긴 하다. 그러나, 그로 인해 생기는 아이러니가 무수하다.
영국 킹스 칼리지를 나온 사람이 직장 상사에게 미국 대학이 아니어서 무시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결국, 그 대학을 나온 유학생의 실력에도 문제가 있긴 하겠지만, 스펙을 재는 잣대가 미국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 대학 출신의 뛰어난 인재들까지 도매금 취급을 당하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x같은 유학생들이 너무 많으니 유학생들을 굳이 감싸주고 싶진 않고, 열심히 하는 분들까지 저런 취급을 당하는게 너무 안타까울 뿐이다.
이 문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고 있으니, 일단 패스.
내가 다니는 대학은 미국에 있지 않다. 명문대로 분류된다. 공학부같은 경우는 세계 10위권 정도이다. 내가 학교 순위 같은 것에 집착하는 머저리는 아니고,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그래야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내가 다니는 학부는 마이너 학부이다. 학교의 명성에 기댄 소규모 학부라고 해야할까.
그러나 그렇든 어쨌든 우리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학과 내의 공부량은 미치도록 힘들다 못해 짜증난다. 난이도의 문제가 아니라 순수하게 물리적인 '양'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긴박하게 12시 전까지 써내야하는 쪽지나, 매일 수업마다 진행하는 퀴즈, 도서관에 발걸음을 옮기지만, 새벽부터 빈자리 하나 없이 가득 매운 사람들을 보며 늘상 가슴을 졸여야 한다. 1등이 98점을 맞는가 하면 꼴등이 30점을 맞기도 하는 등, 학생간의 격차도 큰 편이다.(모두 똑똑하다. 그러나, 모두 천재는 아니다.) 특히 1학년과 2학년들은 학기 내내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의 심정으로 학교를 다닌다면 맞겠다.
그러나 공부량이든 혹은 빈약하기 짝이 없는 학교 생활이든, (제대로 굴러가는 동아리는 몇개 없고, 그나마도 시사적인 지극히 '재미없는' 동아리, 그리고 머리에 든 것없이 요란한 몇몇 유학생들로 인해 x막장으로 돌아가는 학생회, 전혀 쉴 틈을 주지 않는 빡빡한 학사 일정, 끊임없이 머리를 굴려 계산해야 하는 학점 배분 등등.)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를 각오하고 들어왔다.
사실,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공부를 많이 시키는 학교인 것은 알고 들어왔다. 다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을 뿐이다.(...공학부 사람들은 이 말을 보면 웃을 수도 있겠다. 그들은 말 그대로 죽어간다..혹은, 이미 죽어있다..??)
위에 언급한 후배는, 바로 그런 점에서 힘들어 하는 것이다. 연애도 하고 있고, 겉으로 보기에 딱히 별 문제도 없어보이지만, 빡빡한 학교와 숨쉴 수 없는 듯한 위압적인 분위기, 잠시라도 숨을 돌리면 금방 낙오하는 교실, 외국인으로써 유학 생활 도중의 외로움, 공부를 하면서 계속 느껴지는 한계, 그리고 그 외로움을 기댈만한 학교를 찾으려, 그런데 학교는 또.. 빌어먹을. 이런 악순환인 것이다.
간단히 말해, 학교가기 싫은거다, 미치도록.
후배에게 난 이러한 고리타분한 조언을 해줬다.
" 성적에 너무 연연하지 마라." "니가 정말 죽도록 원한다면, 학교를 때려치우고 접시를 닦는다고 해도 해야지. 그런데 정말 미치도록 하고 싶은게 아니라, 그냥 어느 정도 좋아한다는 수준이라면 그건 아니다." "너에게 최고 수준의 능력이 있지 않고서는 몸으로 부딪혀서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수치 얘기를 하자는게 아니라, 어리석은 모험을 하지 말라는 거다."
"중요한건 학교지, 학부가 아니다." "영어와 ○○어가 정말 중요한거지, 사실 학교 내의 성적은 그렇게 스트레스 받아가며 연연할게 아니다. 니가 좋아하는 것들에 신경을 쏟고, 학교 공부에는 그렇게까지 목 맬 필요가 없다. 그냥 졸업할 수 있는 성적만 유지해."
등등..
(그런데, 이 조언들은 사실 내가 내 자신에게 늘 하고 싶은 말이다.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
후배는 나에게 말했다. 오빠는 성적도 좋고 하니 걱정을 안하겠지만, 자기는 아직도 한참 모자란 것 같고.. 무엇보다 학과 공부가 너무 재미없다고.
나는 말했다. ○○야.. 나 요즘 성적 신경 안 쓴다. 아니, 성적 신경 써본적이 없다. 요 며칠 성적은 기껏해야 70점 정도 수준이고, 가끔은 95점도 나오지만, 요행이고, 무엇보다 나의 기분은 늘 shit이다. 사람이 즐겁게 살아야지 나처럼 살면 되겠니? 물론 그래서 이번 학기는 일부러 과목도 적게 듣고, 숙제도 대충대충 내고 있긴 하다만.
성적은 그냥 내가 만족하면 되는 거지, 남한테 평가받고 싶어서 하는게 아니다. 지금이 수능 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적 좋게 나오면 마냥 기분좋을 낙관적인 상황도 아니고. 성적은 일단은 그냥 숫자다. 대학에서 중요한건 다양한 경험이지(물론 이 빌어먹을 학교에서는 공부 말고는 하기 힘들지만). 성적에 둔감해져라, 그냥.
삶의 질과 스펙의 문제
한국 대학생들이 직면한 여러가지 문제에서 유학생들은 다소 멀리 떨어져있지만,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학력과 다양한 스펙이라는 것은 어찌됐든 20대가 안고가야할 숙제인 것이다. 물론 이 전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아나키스트는 못된다.
지금의 내가 한국에 돌아갔을 때 같은 또래의 혹은 몇살 위의 사람들을 만날 때 느끼는 것은, 그들이 말 그대로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이다. 결코, 비하하는 말이 아니다. 그저, 객관적으로 환경상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능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끝에는 취업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 다른 경험을 쌓을만한 여지가 없는 것이다.
반면, 유학생은 많은 경험을 한다. 좋든 싫든 어쩔 수 없다. 만나는 사람 모두가 외국인이고, 모든 음식은 입에 맞지 않는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외국에 있다보니 한국에 대한 객관적인 반응을 몸으로 느낀다. 자기 자신의 능력이 없다면 결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남들보다 조금 일찍 깨닫게 된다. 등등.
유학을 하면서 힘들었던 것에 대한 것을 모두 토로할 수는 없다. 아마 지난 학기 얘기만으로도 책 한권은 너끈히 나올법하다.
그러나, 지금 나는 어찌됐든 아직 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리고 나름대로 최대한 비관적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래, 결국, 삶의 질이란건, 결국 풍부한 경험으로 인해 시야를 넓히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 그리고 그를 통해 좀 더 심도깊은 공부를 하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당당하게 즐기는 것.
그래서 나는 (아직 결정은 나지 않았지만), 학력을 위해서도, 스펙을 위해서도 아닌, 또 다른 외국 생활과 학생신분으로써의 인생을 좀 더 살아보기 위해 석사를 할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해준 말이었다. 낙관적으로 보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다는 것. 힘든 것은 알겠지만 조금 더 노력을 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 학교가 지금 아무리 x같아도, 적어도 졸업 후의 너에게 최악의 조건을 주진 않을거라는 것.
//그리고.. 솔직히 내가 너보다 더 힘들다는 것.-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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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는 학교를 계속 다니겠다고 했다. 고맙다고 했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복잡했다. 물론,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다 해줬고, 객관적으로 학교를 그만두는 것은 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반대하는 입장에서 얘기를 하긴 했으나, 자꾸만 1년 전의 내 모습이 겹쳐보였다.
그 때의 내가 이런 얘기를 들었다면 어땠을까?
아니, 지금의 내가 하는 얘기가 과연 옳은걸까?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상황판단을 옳게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비관적인 걸까, 현실적인 걸까, 혹은 망상일까?
꼬리를 무는 질문은 여기까지. 일단은 숨 좀 돌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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